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기획개발펀드



다큐멘터리 손선이Sunny

류승진

  • 대한민국
  • 80min
  • DCP
  • color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내 집에 들어와 밥을 먹고 잠을 잔다.

그렇게 가족처럼 지낸 지 7년째 되던 어느 날, 할머니는 평생 간직해 온 패물을 내게 건네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Synopsis

손선이 할머니는 어느 날 품속에 간직해온 패물을 내민다. “누구 절대 주지 말고, 너만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나와 할머니의 관계를 친손자와 친할머니의 관계로 보곤 하지만 사실 우리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 9년 전 나는 영화과 졸업작품을 찍기 위해 수원에 왔다. 도시재생 구역에서 만난 할머니는 자기 몸보다 더 큰 리어카에 박스를 가득 싣고, 자신을 향해 빵빵거리는 자동차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매료돼 촬영을 시작했다. 영화는 마무리했지만 미완성된 느낌이었다. 대신 할머니와 나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 버렸다. 어느 날 잔뜩 술을 마신 할머니가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본 사람들이 데려간 후 영영 돌아오지 않은 부모님, 미군을 상대로 술을 파는 판잣집에서 도망쳐 남의 집 식모살이를 했던 과거···. 부산, 부평, 서울, 수원으로 이어지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따라서 함께 여행을 떠난다. 할머니의 과거를 이해하면 나는 할머니와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Director's Statement

할머니를 처음 만나 무작정 찍기 시작했을 땐 길에서 박스를 줍는 여성 노인의 노동과 삶의 고단함에 초점을 맞췄었다. 할머니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감히 묻지 못했었다. 나의 짧은 졸업작품에 담기기에 여든이 넘은 나이에 가족 없이 혼자 폐지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여성의 역사는 들어보지 않아도 무척 무거운 것임을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온갖 금붙이와 현금 뭉치를 건네며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을 얘기해 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9년이 흐르는 동안 할머니와 나는 진짜 가족이 되어 있었는데, 한 사람의 지난 시간과 이야기가 나를 통해 기억되고 내가 아니면 곧 사라져버릴 것이었다. 이 영화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기억할 필요도 없는 폐지 줍는 노인의 삶과 그의 삶에 끼어든 나의 책임감에 관한 것이다. 영화를 통해 본인의 목소리로 자기 역사를 말하며, ‘동네 박스 할머니’가 아니라 ‘손선이’로 존재하는 순간을 담아내고자 한다.

Director

  • 류승진RYU Seungjin

     

Credit

  • Producer박홍열 PARK Hongy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