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가까이 해초와 성게, 전복 등 바닷속 암초들을 헤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 왔던 해녀, 감복순(73). 물질을 시작한 지 30여 분, 복순의 숨이 가쁘다.

전복, 성게 하나라도 더 캐고 싶은데, 그녀의 몸은 이내 지쳐버린다. 바로 15년 전 받은 갑상샘암 수술이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복순씨 뿐만이 아니다. 12명의 해녀 중 8명이 갑상샘암 질환으로 수술 받았다. 2014년 10월, 대본1리의 갑상샘암에 걸린 8명의 해녀가 포함된 원전 인근 주민 618명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2월 재판부는 ‘암 발병과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폭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판결로 소를 기각했다. 골리앗과도 같은 원자력발전소와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다시 시작하는 원전마을의 해녀, 복순과 대본1리 주민들. 해녀, 복순의 죽어서도 끝날 것 같지 않은 외로운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