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성남지원 앞 어느 작은 법무사사무소. 빚에 허덕이는 누군가의 회생을 돕는 법무사아버지와 사무원 아들이 있다. 그런데 정작 회생이 절실한 건 법무사 아버지다. 그는 경마와 주식으로 사채 15억을 남몰래 잘도 모아오셨다. 

그의 채무 증대 경위와 아울러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감안하면 회생을 도모하면 안 된다. 아들이 회생 불가한 아버지의 형편을 뒤늦게 알고 대학 중퇴하고서 함께 회생 신청 대리 일을 한 지 어언 6년이다. 앞으로도 최소 20년은 넘게 타인의 빚을 팔아 빚 갚아야 한다. 회생법 3년의 변제 기간에 비한다면 부자의 운명은 좀 버겁다. 아들은 빚더미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아버지는 모든 경제권을 가져간 아들 참견이 끔찍하다. 날마다 개같이 싸운다. 

나와 나의 아들딸과 형제와 부모의 빚으로 다들 고통스럽다. 그런 절망 한아름 품고 산다면 삶에서 뭘 의지해야 할까? 주고받는 것 정확한 삶의 채권 청구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회생시켜주는 부자를 회생으로 이끌었던 건 도리어 회생을 바라는 의뢰인분들이었다. 사무원 아들은, 몸소 보시의 기회를 주시는 회생 불가 아버지와 회생 준비하는 의뢰인분들과 더불어 빚이 빛이 되는 찰나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