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나무〉는 국가와 군사주의의 거대한 폭력에 맞서 포기하지 않는 힘으로 연대하고 ‘희망의 뿌리’를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다. 나는 10년 전 군산시민이 되었다. 미군기지가 점점 확장되는 것을 보았고, 하제의 주민들이 모두 쫓겨나고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는 과정을 2018년부터 목격했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의 수탈, 한국전쟁, 미군기지로 인한 고통, 대규모 간척산업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겹겹이 응축된 도시이고, 군산에서 가장 아픈 환부는 하제마을이다. 일제가 한국의 쌀 수탈을 위해 시작한 간척은 이후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간척사업이 되면서 갯벌과 공동체가 파괴됐고, 마침내 미군기지로 인해 마을 전체가 통째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천년나무〉​는 군산이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겪고 있는 생명의 위기와 전쟁의 위협 속에서 다시금 역사를 되돌아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힘을 발견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600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하제의 팽나무, 나는 그 나무를 보며 어떤 신성함을 믿는다. 나무를 믿는 사람들을 믿는다. AI와 우주산업이 진행되는 21세기에도 고목을 향해 기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위기에 놓인 우리 모두의 생명 공동체에 대한 불안을 나무로부터 위로받고 힘을 얻고 싶은 사람들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