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람
젠더 공간 LGBTAIQ
1970년대 서울 명동에 위치한 ‘샤넬’ 은 여성 전용 다방으로 치마씨와 바지씨라 불리던 레즈비언 청년들의 은밀한 아지트였다. 하지만 1976년, 경찰의 퇴폐 음란업소 불시 검문으로 인해 쇠고랑을 찬 여자들의 단체 사진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96년,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바(Bar) '레스보스'가 서울 공덕동에 문을 연다. 자신들만의 장소를 찾아 떠돌던 많은 레즈비언들이 열광적으로 호응했고, 이에 힘입어 신촌으로 확장한 '레스보스'는 이후 수십의 레즈비언 장소가 탄생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 당시 10대 레즈비언들은 ‘신촌공원’ 무대에 올랐다. 그들은 남자 아이돌의 춤을 따라하며 장우혁이 되기도 하고 에릭이 되기도 하면서 성별을 뛰어넘는 자기만의 정체성을 드러내곤 했다.
‘레스보스’ 의 3대 사장인 윤김명우(65세)는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으로, 70년대 명동 커뮤니티를 "숨통을 틔워준 유일한 장소"로 기억한다. 그는 지금도 레즈비언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2009년에 닫았던 ‘레스보스’ 를 2019년 12월 서울 이태원에서 다시 연다. ‘신촌공원’ 에 머물며 청소년기를 보냈던 유진(30세)은 2000년대의 ‘신촌공원’ 을 "믿기지 않는 꿈의 장소"로 기억한다. 그는 퀴어들이 자기 모습 그대로 춤출 수 있도록 케이팝 댄스 공간 ‘루땐’ 을 서울 망원동에 연다.
한국 레즈비언 공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두 사람, 윤김명우와 유진. 그리고 이들이 운영하는 퀴어공간 ‘레스보스’ 와 ‘루땐’.
이곳은 2020년을 사는 퀴어들에게 홈그라운드가 될 수 있을까?
권아람KWON A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