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는 IMF 실직 이후 폐인이 됐다.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있었고 재기하지 못한 채 가장의 권위를 잃었다. 아버지에게는 다시 세상에 나갈 어떤 기회도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기회를 얻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집안의 가장은 어머니가 됐다. 어머니는 경마장에서 청소 일을 했다. 

2018년, 어머니의 결정으로 우리 가족은 안양을 떠난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내가 이 도시에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안양이라는 도시에 대해 최초로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안양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4년이 지났다. 제법 긴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아무런 작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나의 카메라는 가족이 안양에 처음 이주해왔던 마을을 비추고 있다. 이제 그 마을은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고 주변은 포도밭이 되었다. 가족들은 이미 안양을 떠나고 없지만 나의 감정은 여전히 어머니에게 그리고 그 마을에 남아 있다. 

2022년, 어머니는 여전히 경마장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퇴직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