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
오전 6시, 지하철 창밖으로 한강이 보인다. 매일 똑같은 시간 똑같은 곳에서 보는 풍경인데 한 번도 같은 일이 없이 매번 다른 감흥을 느끼게 되는 게 이상하다. 삶은 이토록 지루한데 말이다.
오전엔 전화를 받고 오후엔 다큐멘터리를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간다. 평일엔 친절한 여성 상담사를 연기하고 주말엔 페미니스트 모임을 간다. 전화를 받으며 쓸모있는 정보를 분류하는 일과 누군가의 말을 기록하여 편집하는 일 사이의 비슷한 점에 관해, 여성의 목소리로 ‘감사하지 않은 일’에 ‘감사하다’고 하고 ‘죄송하지 않은 일’에 ‘죄송하다’고 할 때 쌓여가는 사회적 업보에 관해, 누구에겐 학생이라고 말하고 누구에겐 콜센터에서 일한다고 말하고 누구에겐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말할 때, 그 모든 답변의 순간 돌출되는 부끄러움에 관해 생각한다.
시간과 감정이 멈춰 고여 간다고 느낄 때, 서울 여기저기를 걷는다. 물이 바로 앞에서 찰랑거리는 조용한 자리에 앉아 아직 찾지 못한 이 영화의 결말에 관해 생각한다.
손영SON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