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지
나는 무심하고 퉁명스러운 아빠가 싫었다. 아빠는 고된 마루 작업을 하고 돌아오면 쉽게 큰소리가 나가는 게 당연해진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아빠와 나는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를 영영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빠의 책장을 정리하던 날, 책 속 마음에 드는 구절을 따라 쓴 낙서를 보고, 내게는 늘 어른이었던 아빠의 지나간 시절을 떠올렸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감성적인 면은, 어쩌면 내가 정말 아빠를 닮았겠구나, 하는 생경한 기분을 들게 했다. 작가를 꿈꾸던 아빠에게는 습작이 담긴 일기장이 있었다. 나는 나와 닮아 있을 그 시절 아빠가 궁금하다. 아빠와 나는 '아빠의 도시'인 성남에서 지난 흔적을 찾아다니고, 아빠가 마루를 만들면서 새겨온 기록을 좇아 보기도 한다. 그곳은 전과 달라져 있기도, 아빠처럼 나이 들어 있기도 하다.
오늘 나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빠의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우리가 함께 보낸 날의 일기를 읽는 목소리가, 꼭 하나의 일기를 읽는 듯, 닮아져 있다.
정윤지JEONG Yun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