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예중과 예고 입시 미술강사로 일하던 나는 친부모에 의해 학대받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한 초등학생은 맞은 자국을 보여주며 자신의 상황을 알렸지만 선생님들은 어머니의 편에 섰고, 나는 신고도 하지 못한 채 학대의 공모자가 된다. 내게 이 사건이 더욱 괴로웠던 이유는 나도 그 아이처럼 어머니에게 신체적, 정신적, 성적 학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2015년, 나는 어머니를 인터뷰하였고 폭력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아동학대를 다룬 단편 다큐 <매듭>을 만들었다. 그리고 10년 동안 행방불명이었던 아버지와 2014년에 재회하게 된다. 

어머니의 학대를 방관하던 아버지를 원망했던 나는, 재회한 아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대를 둘러싼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발견하게 되고, 어머니와의 관계를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기 위해, 일그러진 ‘성인 모녀’ 문제를 다룬 공연을 제작하였다. 

현재 나는 아이들의 상처에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면서도 학대에 공모하는 강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에 노출된 다양한 아이들, 부모들, 선생님들, 관련 종사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고통을 통해 연결을 경험하는 과정을 <침묵의 소리>라는 다큐멘터리로 완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