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름
<할매광장>은 21세기 페미니스트 손녀이자 감독인 ‘나’가 가부장적 희생을 강요받았던 두 할머니의 삶을 다시 바라보며 시작된다. 종갓집 맏며느리로 평생 제사상을 책임져온 김정순 할머니는 이제 자신의 방식대로 제사 문화를 바꾸려 하고, 가족을 위해 사회생활을 포기했던 박귀란 할머니는 처음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하며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다. 영화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이들이 만들어낸 작고 유쾌한 반란을 담는다. 그리고 그들의 ‘방’은 점차 ‘광장’이 되어, 세대와 지역, 이념을 넘나드는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간다.
<할매광장>은 오랫동안 역사에서 지워져온 여성 노인들의 숨겨진 주체성과 정치적 감각을 조명 한다. 제사상과 밥상, 방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시작된 변화는, 어느새 한 사회를 비추는 공론장의 울림이 되고자 한다. 영화는 할머니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발화하며 만들어가는 ‘작고 유쾌한 혁명’을 통해, 여성의 삶이 곧 정치이며, 연대가 시대를 관통하는 힘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젠더 갈등과 정치적 양극화가 극단화되고 있는 지금, <할매광장>은 거창한 구호보다 섬세한 말하기, 상대를 설득하고 끌어안는 ‘할머니들의 언어’에 주목한다. 과거의 희생을 넘어 미래의 공존을 상상하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더 넓고 다정한 광장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남아름Arum 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