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주경의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셨다. 대부분의 유산은 어머니의 비호 아래 다른 집안에 시집갈 여자가 아닌 집안의 대를 이을 남동생 승우에게 넘어갔다. 주경이 분노와 절망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얼마 뒤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신다. 갑작스레 어머니를 잃게 된 주경은 분노 대신 후회와 슬픔으로 모든 것을 납득하기로 결정한다. 주경의 가장 친한 친구인 여진은 주경이 여자이기 때문에 벌어진 차별이 ‘애틋함’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주경은 자신의 가족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이 불편하다. 다른 성씨를 가졌다는 이유로 외삼촌에게서 외할머니의 상속 포기를 또다시 요구받았을 때도 주경은 분노했지만, 결국 모든 문제는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분노할 대상을 잃어버린 채 괴로워하는 주경과 그런 주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진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어간다. 우리는 대체 왜 싸우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서로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