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3세인 나는 유학생으로 한국에 와서 7년째 살고 있다. 나에겐 가끔 만나는 두 명의 순자 할머니가 있다. 노순자와 신순자, 두 할머니는 1960~80년대 '조국' 대한민국을 찾아온 재일동포 2세이다. 할머니들은 한국 남성과 결혼한 뒤 반세기 넘게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일본에의 강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 

노순자 할머니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재일동포 2세 여성들의 모임인 ‘우리모임’을 통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신순자 할머니는 일본어 강사를 하면서 자신의 ‘일본적 정서'를 자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 70대를 넘어선 그들은 일본 영주 자격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할머니들이 어떻게 '조국'인 한국에 정착하면서 ‘마음의 고향'을 만들고 정체성을 유지하게 됐는지, 그 배경과 과정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