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화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숨바와를 뒤흔드는 함성소리. 경마가 시작되었다.
몸집이 작고 민첩한 소년기수 다오는 5살 때부터 경기에 참여했다. 트랙을 완주하면 성인의 하루 일당인 10만 루피아를 받는다. 다오는 그 돈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돕고 있다.
남동생 파띠가 태어났다. 형편이 어려운 부모는 다오를 마주(馬主)에게 보내기로 하고 다오는 고향을 떠나 마방생활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부터 풀을 베고 말을 씻기는 다오. 밤에는 헛간 한구석에서 어두운 불빛 아래 공부를 한다. 다오에게는 수의사라는 꿈이 있다.
연습경기 날, 흥분한 말 위에서 동료 기수가 낙마하는 것을 본 다오는 두려움을 느낀다. 아버지는 다오를 무당에게 데려가 성수를 뿌리고 기도를 하며 말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을 거라 말한다. 아버지와 신(神)의 말씀을 굳게 믿고 싶은 소년. 그러나 남동생 파띠도 기수로 키울 거라는 어른들의 말에 마음이 무겁다. 성수의 힘을 받은 아이들은 말에서 떨어져도 정말 아프지 않은 걸까? 불안과 기대를 안고 발주대 앞에 선 소년. 이 경주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나는 아빠처럼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소년은 거울을 보며 다짐한다. 그러나 어른이 돼서 깨닫는 것은 그가 부모의 모습을 닮아 있다는 것이다. ‘아비’의 세계는 소년에게 끝내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된다.
2017년, 인도네시아 비마의 한 경마장에서 다오를 처음 만났다. 웃으며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12살 소년이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지만 열심히 농사 짓고, 열심히 말을 타고,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꿈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다오의 노력으로 주어진 운명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척박한 땅의 풀을 베고, 말을 키우고, 트랙을 달리는 거친 삶이 다오네 가족에게 허락된 인생이었다.
부자인 마주(馬主)는 항상 마주이고 경기마다 돈을 받고 말을 달리는 기수는 대를 이어 기수일 수밖에 없는 운명. 다오의 꿈을 막는 것은 숙명일까? 계급일까? 가난일까? 소년은 계속 달릴 수 있을 것인가.
신정화SHIN Jeong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