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션 피치 - 한국
고개 숙인 신부The Silent Bride
조은솔
- 한국
- 90min
- DCP
Synopsis
윤락여성 집단 탈출 (중앙일보)1985년 1월 20일 오후 3시반 경, 윤락여성보호시설인 서울 강남구 수서동 서울시립여자기술원에서 운동장에 쌓인 눈을 치우던 강 모 양(20) 등 보호여성 48명이 집단 탈출했다. (…) 폭 5m의 철책정문이 열리는 순간 몇몇 윤락여성이 ‘나가자’고 외치는 것을 신호로 정문을 뛰쳐나가 뒷산 쪽으로 달아났다.
이 사건에는 단 한 건의 후속 기사도 없다. 삼십여 년 후, 내(감독)가 이 기사를 발견한 것은 완벽한 우연이었다. 이맘때 나는 결혼 이후 주어진 역할들 속에 갇혀버렸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기사를 읽으며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기사 속 그녀들을 만나면 내게도 자유를 좇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만 같았다. 그렇게 1985 대탈출의 주동자 ‘강 모 양’을 찾아나섰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립여자기술원 생존자들과 직원들을 만난다. 서울시립여자기술원의 그림자는 생각한 것보다 더 거대하다. 정부는 ‘사회정화’라는 명분으로 재판도 없이 여성들을 시설에 무기한 수용했고, 낙인과 폭력으로 내몰았으며, 낯선 남성들과 강제로 결혼시켰다. 이 여정의 끝에서 나는 강 모 양, 그리고 서울시립여자기술원의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Director's Statement
서울시립여자기술원은 1994년 문을 닫는다. 그러나 외벽 일부와, 운영 당시 사회 시스템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고개 숙인 신부〉는 기술원의 생존자들, 그리고 관련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어떻게 한국의 사회정화사업이 작동되었는지 탐구한다. 여성수용시설이 수십 년 간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주도의 경제제일주의 아래, 군사정부, 공무원, 기업가, 일반 시민 등 각계각층의 욕망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한편, 기술원의 그림자는 사회 구조뿐만 아니라 생존자들의 내면에도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낙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존자들은 인터뷰에서 얼굴을 가리고 가명을 사용한다. 이런 점에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생존자들에게는 또다른 탈출의 시도이다. 나(감독)는 생존자들이 그린 조감도를 기반으로 디지털 공간에 3D그래픽으로 기술원을 건설하고,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그 순간 기술원을 완전히 붕괴시킨다. 그녀들이 과거에 못다한 탈출을 현재에 이루길 바라며.
Director
-
조은솔CHO Euns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