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연대 병사들은 여전히 ‘반란군’이라는 누명을 쓴 채 역사에서도, 기억에서도 철저히 지워져 버렸다. 영화는 1948년 여순항쟁의 기억이 소멸된 현재의 공간을 관찰하고, 그 공간에서 사라져 갔을 시대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을 이미지와 사운드의 몽타주를 통해 소환한다. 영화는 당시 여순항쟁이 펼쳐진 10일간의 물리적 시간을 재현하며, 봉기가 시작된 여수의 14연대 주둔지부터 전남동부 지역에 산재해 있는 여순항쟁의 격전지와 토벌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지를 찾아간다. 당시 동포의 학살을 거부하며 14연대 부대원이 걸었던 길, 갑작스러운 항쟁의 발발에 요동치던 지역 민중의 참여와 희생의 공간에 대한 담담한 이미지는 관객을 그 공간에 내재된 역사의 층위로 여행하게 한다. 특히 시점 쇼트로 촬영된 공간의 이미지와, 그 공간의 현장음만으로 구성된 사운드는 관객으로 하여금 소멸된 역사와 사라진 존재에 대한 공허함을 사유하게 한다. 더불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역사학자, 시민활동가, 역사해설사들로 구성된 해설자들은 당시 14연대의 여정을 내레이션으로 구현하고, 군사자료, 신문기사, 문학작품, 아카이브 푸티지 등의 다양한 자료들과 함께 당시의 사건을 재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