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앙인유
역사 사회&휴먼 전쟁&갈등
일본 오키나와의 이리오모테섬 “녹색 감옥”에는 고요함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세계 제2차대전이 일어나기 전, “녹색 감옥”은 대동아 제국주의 시절 조성된 대규모 광산마을로, 규슈, 일제 치하에 있던 대만과 한국 및 기타 일본 지역에서 온 광부들 수천 명을 감금하고 있었다. 하시마 할머니는 식민지 대만 광부들의 수장이었던 양티엔푸의 딸로, 전쟁이 터지기 전 탄광에서의 일을 모두 겪으며 자랐다. 이제 92세가 된 하시마 할머니는 “바다 위의 감옥”이라 불리는 섬에서 부모님의 묘지를 가까이 두고, 가족과 함께 살던 낡고 덤불로 뒤덮인 나무집에서 찾아오는 이들 거의 없이 홀로 지내고 있다. 할머니는 섬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추억하곤 한다. 할머니의 가족은 아들이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전쟁 후 성을 양에서 하시마로 바꾸고 일본인으로 귀화했다. 할머니의 아들은 가족 모두가 도쿄로 옮겨와 살길 바랐지만, 도쿄로 떠난 후 단 한 차례 전화를 걸어왔을 뿐, 40년 동안 연락이 없다. 하루하루 외로움이 쌓여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간다. 할머니는 가끔 10년 전 사소한 이야기를 생각하기도, 어렸을 때 양아버지의 외로워 보이던 실루엣을 그려보기도, “석탄광 외국인”으로 놀림을 받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전쟁이 끝나고, 마을 사람들은 입을 굳게 닫고 아무도 탄광 시절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망자들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녹색 감옥”은 아무도 가지 않는 폐허가 되었다. 탄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양티엔푸는 한 때 수백 명의 대만 광부를 이 곳 “녹색 감옥”으로 불러들여 다시는 대만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시대가 나은 폭력자였을까? 아니면 일본 제국의 희생양이었을까?
2014년, 시간이 멈춘 듯한 나무집에서 하시마 할머니를 만났다. 덤불이 울창한 할머니의 집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대만 식민지 시대의 물건으로 채워진 곳이었다. 할머니는 괴팍한 성격에 이웃과도 다툼이 잦은 분이었다. 할머니의 기억 깊숙이 자리한 대만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나는 할머니 집을 방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해가 잘 들지 않는 할머니의 집, 시간이 멈춰 있는 것만 같은 평온한 열대의 섬. 할머니의 집은 마치 지금과는 다른 시기,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 속하는, 현재는 존재할 수 없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녹색 감옥>은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은은하면서도, 무언가에 홀린 듯한 분위기를 담았다. 유령이 깃들어있는 듯한 공간(집, 탄광, 정글 및 섬들)들이 영화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하시마 할머니의 움직임과 보이지 않는 공간의 리듬에 따라 흘러간다. 우리는 할머니의 기억을 통해, 어둠이 덮인 집, 식민지 시대, 광산, 가족사이자 할머니의 마음이 담긴 “녹색 감옥”을 탐험하게 된다. 나에게 이 영화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닌, 사람들의 기억과 현대 세계 사이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영화이다. 영화는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현재의 영적인 삶을 보여주고, 과거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줄 것이다. 하시마 할머니는 어째서 양아버지에게 어린 신부로 끌려올 수밖에 없던 것일까? 할머니는 왜 폐허가 된 광산 마을을 떠나지 않았을까? 할머니의 가족은 어째서 대만 국적을 버리고 일본인이 되어야만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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