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영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다. 당시 이 장면을 목도했던 안드레아스, 소냐, 마크는 30년이 지나 쉰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다. 적응 시간도 없이 갑자기 불어닥친 통일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살아야 했던 그들. 이후 독일을 떠나 현재 한국에서 피아니스트, 삼성전자 연구원, 영화 프로덕션 매니저로 살고 있다. 2018년부터 2019년을 관통하며 판문점 선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로 한국에 화해의 물결이 흐르자, 통일을 경험했던 재한 독일인으로서 그들은 다시 한번 통일을 목도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묵은 짐을 청소하다 오랫동안 숨겨 두었던 24통의 펜팔 편지를 발견한 마크는 30년 전에 만난 서독 출신 여학생 브리타를 만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안드레아스는 30년 전 독일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딸과 함께 베를린으로, 소냐는 1989년 독일과 한국의 현재를 교차시켜 주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 역사 등을 전파하고 있다. 시공간의 격차를 뛰어넘어 그 당시 동서독의 현실이 오늘의 남북한과 미묘하게 닿아 있음을 느끼는 그들. 통일은 그들의 ‘생’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던 것일까?
이념과 냉전으로 인해 분단되었던 독일과 한국! 한 나라는 30년 전 통일을 이루었고 한 나라는 통일로 가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각국이 분단에 이른 과정은 다르지만, ‘통일’의 출발점이 ‘평화와 공존’을 이야기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독일의 통일은 정치적 논리와 이념에 의해 이뤄졌지만, 그 과정의 시간을 오롯이 살아온 사람들에게 통일은 각자가 감당해야 할 삶이 되었다. 생활습관부터 직업, 교육, 화폐 등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 내야 했던 동·서독 사람들, 그중 우리는 한국에 정착한 3인의 재한 독일인의 삶을 살펴보게 된다. 그들은 말한다. 1989년 베를린과 현재의 서울은 3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감정의 데자뷔를 만들어 낸다고···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독일통일 1세대로 30년을 살아온 4인의 미시사를 들여다보며, 어쩌면 통일 1세대가 될 수도 있는 지금의 한국 청년들이 변화의 격랑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고 공동체의 내일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반추해 보려 한다.
최우영CHOI Wooyoung